일기


1.
권력에 거지처럼 집착하고 빌빌대고 기웃거리고 되도 않는 머리로 따져서 들러붙는 캐릭터를 모 커뮤니티에 하나 넣었다. 나는 문제가 있는 남자 캐릭터에 대해 쓰는 게 좋다.

2.
키가 작다는 건 체중변화가 쉽다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3.
근 두 달 만에 본 동생은 참 예쁘장해져 있었다. 정말로 예뻐졌어. 눈이 커진 것 같았다. 통통한 얼굴에서 근육이 좀 더 붙고 살이 빠졌기 때문일 것 같은데, 눈꼬리가 정말 취향인 눈으로 바뀌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학교 체대입시를 해보겠다고 해서, 응원하고 싶어졌었다.

4.
내가 물건을 빠뜨리는 건 19년 인생을 통해서 한번도 빠짐없이 있어왔던 일이고 (심지어 학교에 교복을 두고, 내가 교복을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집에 온 적도 있다. 학원에 책가방을 두고 책가방을 안 매고 왔다는 사실을 까먹고 왔던 적도 있고...) 당신이 나와 지나가는 여자, 아는 여자 등등을 무심결에 비교해 왔던 건 대충 300일 동안 늘 있어왔던 일이다.(어쩌면 다나와 등등에서 가격비교를 하던 습관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지만) 둘다 한 번에 고치기는 힘든 일이니까.

by 한아 | 2009/12/18 04:29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0)

나는 아버지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어머니와 산다.
어머니는 아직도 아버지를 사랑하셔서, 일 주일에 네 번은 아버지와 동생이 있는 집에 간다. 나는 덕분에, 아버지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서도 (딱히 궁금하지는 않은) 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나는 가족에서 원래 아버지가 무슨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는 돈을 벌어왔던 적도, 집안일을 한 적도 없다. 물어보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 주고,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 주기도 했지만 그건 딱히 아버지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했던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삼국지 워크래프트와 여타 내가 이름을 모르는 많은 게임들을 했고, 몇백 기가 정도의 팝송과 흘러간 노래를 모았다. 철학 공부를 했고 나는 알 수 없는 복잡한 한자로 된 책들이 집의 모든 벽을 메웠다. 방학이 오면 수학 문제집 푸는 것을 검사해 주고 영단어 암기를 검사해 주었다. 잘못을 하면 때리기는 했다.

인터넷으로 음악 방송을 했고, 어머니가 무어라 하자 어머니와 자주 싸웠다. 문을 걸어잠그고 어머니를 때렸으며, 우리가 들어올 경우에는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번은 어머니를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려고 했다. 서울대에 가지 못했다고 나를 한 학기동안 비난했다.

좋은 점을 말하자면, 아버지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것을 볼 때 꽤 깊은 것까지 알려 주어서, 내가 좀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었다.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유흥가를 드나드는 종류의 사람도 아니었다. 목소리가 괜찮았고 괜찮게 생긴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았기 떄문에, 아무 주제로나 이야기하기 좋았다.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고 생각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했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서, 대학에 오고 난 다음 듣는 수학 수업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읽을 책을 잘 추천해 주는 편이었다. 이것을 하려면 저것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등의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알려 주었다.

나는 아버지라기보다는 과외선생님 하나를 둔 셈이었다. 그리고 과외를 끊어도 과외선생님이 보고 싶어지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에, 나는 그가 별로 보고싶지 않다.

by 한아 | 2009/12/16 18:15 | 트랙백 | 덧글(0)

시험이 나 모르는 사이에 하루 앞으로 당겨졌다

.....라기보다는 내가 하루 뒤로 착각하고 있었다.


원래 12시간 전 벼락치기가 신조였던 나는 9시 시험인 이 과목을 오늘 4시에 발견했는데,
덕분에 방금 전까지 머리를 양쪽으로 묶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고 (나는 단발머리임) 학교에 갈 뻔 했다.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지하철_숙면_양갈래녀.jpg 따위로 짤방화되어서 어디에선가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지금 알이 애기 주먹만한 뿔테안경을 쓴 데다가 스트레스와 피로로 입술이 다 부르텄거든.

그리고 학교 티를 입음으로써 우리 학교에게 영원히 까일 거리를 하나 더 제공할 게 분명해.

by 한아 | 2009/12/15 07:31 | 트랙백 | 덧글(0)

어쨌든2



1.행위 자체보다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가 그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시간표조차 들쭉날쭉한 대학은 생활을 붕괴시킨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11시에 일어났다.
공부는... 해야지.

2.
여기에 쓰는 글은 어쩐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오프라인으로 나를 아는 사람의 피드백을 받기에 여기가 적절한 곳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내 쪽에서도 컨텐츠를 제한하게 되는 일인데, 그렇게 되면 나는 또다시 솔직하게 무언가를 쓸 수가 없어져버리고, 그렇게 되면 나는 답답해진다.

3.
당신이 너무 내 부모같아졌기 때문에 당신에게 솔직해지기가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당신은 가끔 비판 대신 비난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진다.

4.
문득 중학교 때 자기학대행위의 일환으로 다이어트를 하곤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는 굳이 내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느낀 적이 평생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 내가 42킬로그램이건, 54킬로그램이건 상관없었다. 왜냐면 나는 항상 나 빼고 모든 구성원이 나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집안에 살았었으니까 - 먹을 것을 제한하는 건 굉장히 부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 자신에 대한 체벌의 일종으로 다이어트를 했었던 것 같다.

5.
내일은 내 아버지에 대해 써 봐야지.

6.
K는 무명씨. K에 대해서 글을 지어 보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까먹어 버렸다.



7.
나는 연애에 대해서 소설쓰기를 좋아한다. 내가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가 일상적으로 내 현실의 남자친구와 자는 사람이 된다면, 나는 분명히 그걸 글에 쓸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보고 이 사람은 자기 남자친구랑 자는 여자라는 걸 알게 될 것 같다. 나는 그것이 싫다. 적어도 남자친구와 자는 여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더 '더러운'여자로 취급되는 시각, 적어도 내 주위의 그런 시각이 있다면, 나는 결코 그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디선가 한국 여성의 첫 성경험 연령이 평균 21세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리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어떤 선배는 내가 고등학교 때 '대학교 삼학년 쯤 되면 우리 학교 사람 7-80퍼센트는 성경험 있다고 하던데'라고 이야기해 줬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그건 그렇게 특이한 일이 아닐 텐데도 어쨌든 인식이 그런 수준이라는 것은 불만스러운 일이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관심병이지.

 첫키스 이후에 내가 제대로 쓴 긴 소설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이 나는 정확히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1때부터 적어도 1년에 100페이지 이상의 소설을 썼었다. 그것이 완결이 나든, 나지 않든, 잘 썼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고, 지나치게 풍부한 몰입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글을 잘 쓰냐 여부와 상관없이 소설을 쓴다는 것이 좋았다. 퇴고도 하지 않고 글을 죽죽 쓴 다음에, 읽는 사람이 도대체 이 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짜증나지 않도록 몇 구절을 수정하는 것 이상의 퇴고는 거의 하지 않고,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글이 되어버린다.

8.
나는 남자 시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완전히 나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남자의 성욕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나는 제대로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에 대해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렇다고 내가 야한 글을 써 본 적이 있냐면, [그래서 그는 그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참 좋았다.] 이상의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글(물론 그 뒤에 남자가 여자와 자야 하는 이유를 쓸 데 없이 천몇백자씩 변명하는 잡념의 대목이 이어지긴 한다) 을 써 놓고 '그래! 나는 남녀가 자는 내용의 글을 썼다고!' 라고 말한 적밖에 없다.

주로 여성 취향의 글을 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자 시점의 글은 나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게 하거나, 그렇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은데'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 나오기 마련이라서 싫다. 그냥 보고 있으면 아 나도 이런 찌질이, 병신, 멍청이, 바람둥이 하나 알고있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병신도 넘치는 남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편하다.

그리고 내 연애소설은 늘 눈물만 질질 짜고 .
내가 쓰는 글이지만 진짜로 내 남자친구가 그런다면 짜증날 것 같은 글을 쓰는 걸 나는 좋아한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애인은 가끔만 만나고, 둘 중에 한 명은 미친 짓을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대충 합리화시켜서 그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걔는 그걸 이해하느라 눈물을 질질 짜고, 그런 걔를 보면서 나머지 한명도 눈물을 질질 짜고 . 대충 끝나는 글. 왜 끝이 대충이냐면 나는 끝마무리를 제대로 못 하니까.


9.
중간까지는 내용에 따라서 단락을 나눴는데, 뒤로 가면서 점점 생각이 산으로 가서 포기했다.
정신분열증이나 아무튼 정신병의 초기 증상이 있나, 생각이 자꾸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튄다.

10.
화학 기말고사를 너무 잘 봐버려서, 사실은 C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B라는 것이 화가 난다.
출석이랑 과제 좀 제대로 낼 걸. 중간고사 조금만 더 잘 볼걸.
하긴, 후회해도 소용없지.

by 한아 | 2009/12/15 00:12 | 트랙백 | 덧글(0)

어쩌면


어쩌면 나는 여대에 와서 친구들과 하하호호 하는 생활보다 기계공학과처럼 남녀 비율이 기괴할 정도인 곳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생활이 맞았을 수도 있고 남자친구 한 명과 신뢰를 쌓는 것보다 편의에 따라서 사람을 갈아치우면서 (내가 겪은 연애는 몇 번 되지 않지만, 어차피 연애의 횟수와 얼굴 같은 건 비례하지 않으니까) 남자는 전부 한심한 종자라는 믿음을 내세우면서 사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고 생물학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컴퓨터공학과 수시를 써서 들어가는 것이 내 적성에 더 맞았을 수도 있고, 아예 문과 계열 전공을 택하는 것이 더 맞았을 수도 있고, 숨 쉬는 것보다 숨 쉬지 않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 인터넷을 하는 대신에 TV나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고 수포가 생기도록 수면 사이클을 망치는 대신 모든 것을 무시하면서 내 기준을 내세우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눈을 떴을 때, 아침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장당 40원짜리 인쇄비를 하는 생협 카드로 중앙도서관에서 인쇄를 하고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신에, 이불은 부드럽고 잠은 오지 않고, 핸드폰은 시끄럽게 울리는데도 기껏 더 잘래? 하고 물은 뒤에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더 붙이고. 오히려 더 피곤해진 상태로 택시비로 만오천원을 길에 버리고 장당 이백원에 담배냄새가 잔뜩 밴 종이에다가 프린트를 하고. 별로 먹고 싶지 않지만 맛은 있는 음식을 먹고 유쾌하지만 바라지 않던 대화를 하고, 따뜻하지만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통화를 했다.

불만스러운 것이 아니라 바라지 않는 것뿐이다.


오늘은 모든 것이 좋았지만 원하는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불은 부드럽고 따뜻했고, 아르바이트는 괜찮았고, 시간에는 맞췄고 돈은 아깝지 않았다. 음식은 맛있었고 인터넷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딱히 그중 무엇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식물같았다, 고 생각했다.

어제 (날짜로는 오늘이지만) 택시비를 주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by 한아 | 2009/12/14 01:4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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